작성 │ 류호윤 (경영학·컴퓨터공학 전공)
1.
뭉쳐야 산다.
빅데이터는 단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양에서 질로 도약하는 지점'이다. 『데이터는 알고 있다』는 샘플링이라는 전통적 방법론을 넘어서, 전체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드러나는 새로운 패턴과 흐름을 강조한다.
빅데이터는 거대한 데이터인 만큼이나 들쭉날쭉(messy)하다. 실제로 모델하우스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그러한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악필로 쓰인 답변, 불완전한 응답, 공백과 오류 등 데이터는 깨끗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완전함을 감내하면서라도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 빅데이터의 철학이다.
빅데이터 시대 중요한 변화는 바로 인과관계에서 상관관계로의 전환이다. 우리는 늘 "왜?"를 묻지만, 빅데이터는 "그래서 무엇을?"에 초점을 맞춘다. 예측과 반응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는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결과를 빠르게 예측하는 것이 실용적일 수 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개별 소비자 행동의 '이유'를 분석하기보다는, 다수의 패턴을 근거로 '다음에 무엇을 좋아할지'를 예측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매출을 이끌어냈다.
2.
데이터는 자산이다 – 디지털화, 데이터화, 그리고 잔해의 가치
책은 데이터를 단순한 숫자나 기록이 아니라, '자산'으로 본다. 특히 우리가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과거 데이터가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의 재활용'이다.
설문지, CCTV, 물류흐름, 검색기록, SNS 말 한마디까지. 오늘날 거의 모든 것이 데이터가 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화와 함께 '데이터 경제'를 이끄는 자원이 된다. 기업 간 데이터 거래, 데이터 분석 아웃소싱,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가치사슬(Value Chain)은 이미 우리 산업 생태계의 일부다.
특히 잔해 데이터—스몰 데이터, 과거 데이터, 비정형 데이터—는 단기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 전략 수립, 시장 변화 예측, 신사업 기획 등에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 데이터를 잘 저장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3.
기회인가 위협인가 – 빅데이터의 그림자
그러나 빅데이터는 그 강력함만큼 위험도 내포한다. 모든 것을 데이터화한다는 특성은, 개인의 위치, 건강 상태, 소비 패턴 등을 무의식 중에 수집하고, 때로는 이를 통해 감시와 통제를 가능케 한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시행된 QR코드 시스템은 빅데이터 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표면적으로는 공익 목적의 방역 수단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생활 침해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범죄 예측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도 마찬가지다. 오판, 편향된 입력 데이터, 사회적 낙인이라는 부작용은 충분히 발생 가능하다.
책은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데이터 종사자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제시한다. 빅데이터의 부작용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문제이며,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윤리적 기준과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며 기술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4.
데이터 드리븐 비즈니스,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얻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동네 비디오 대여점이었던 넷플릭스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했으며, 책 판매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아마존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기업이 되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는 이제 완전히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았으며 기업들에게 핵심 기술이 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보조 도구'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뒤처지는 신호다. SKT의 데이터 기술 응용 전문가인 '정도희' 씨는 자신의 저서 '인공지능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에서 '데이터 드리븐 비즈니스' 의 개념을 소개하며 기업들의 빅데이터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을 촉구한다.
데이터 드리븐 비즈니스란 단순히 분석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의사결정 체계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IT팀과 데이터팀, 경영진과 분석가 간의 영역 다툼, 분석 결과의 무시 등 조직 내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데이터 기반 경영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탑다운 방식을 바탕으로 하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기술 이해를 기반으로 한 조직 문화의 변화, 전사적 협업 체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운영, 마케팅, 제품 전략 등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내는 조직만이 다음 시대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마무리]
“데이터는 알고 있다”는 말은, 당신은 모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는 알고 있다』는 책은 빅데이터 기술을 맹목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제공하는 기회와 그림자를 균형 있게 조망하며, 사용자이자 데이터 생성자인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데이터에 의해 결정당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기술이 아닌 '태도’에 달려 있다. 기업이건 개인이건,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어떻게 읽고,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의지가 곧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데이터는 알고 있다』,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케네스 쿠키어